코딩? 개발? 1도 모르던 비개발자가 AI업계서 살아남은 방법 [AI시대, 비개발자의 생존법]

입력 2021-12-13 10:00   수정 2021-12-13 11:42

[한경잡앤조이=손해인 업스테이지 리더] 지금의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 나는 실리콘밸리 IT 회사를 다녔다. 처음부터 기술과 관련된 업무를 했던 건 아니다. 그곳에서의 첫 업무는 게임 커뮤니티 게시글에 댓글을 남기는 일이었다.

오버워치가 막 유행했을 무렵, 회사에서 주최하는 게임 커뮤니티 행사에서 두 시간 동안 참가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때에 따라 타이밍에 맞춰 웃기만 하다 나온 기억이 난다.

내가 몸담았던 실리콘밸리의 IT 회사는 AI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GPU를 개발하는 곳이었다. 주로 컴퓨터 게이머들에게 익숙했던 GPU가 병렬 작업을 통해 컴퓨터의 연산을 가속화해준다는 것이 한 머신러닝 대회에서 우연히 알려지고, 그 때부터 이 회사는 AI Company로 발빠르게 포지셔닝을 잡아갔다. 그 때가 우리나라 언론을 휩쓸었던 알파고가 등장했던 시기였고 나는 자연스럽게 AI 기술을 접하게 되었다.

회사의 포지셔닝이 바뀌면서, 감사하게도 댓글 업무에서 조금씩 벗어나 AI와 관련된 업무를 조금씩 맡게 되었다. 하지만 업무를 맡는 것과 그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댓글 알바 인턴 시절에는 웃을 타이밍이라도 잡을 수 있었지만, AI 관련 업무회의에서는 ‘은,는,이,가' 외에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가 없었다.



정신없이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코딩도 못했고, 심지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없었던 비개발자가 자고 일어나면 혁신적인 기술이 나온다는 AI업계에서 6년동안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일단 부딪혀 본다” 였다.

당시 회사 내부적으로도 AI산업에 진출하면서 이니셔티브가 혼란스럽게 바뀌던 시기였고, 신입이었던 나는 누구에게, 어떤 것부터 물어봐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회사에서 발행하는 기술 관련 칼럼 등의 자료를 하나씩 파보는 방법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딥러닝을 품고 있는 머신러닝의 개념보다 딥러닝을 먼저 알았고 컴퓨터비전이라는 개념보다 Objective Detection, Segment Detection 등 세부 기술 용어를 먼저 배우는 기이한 커리큘럼이었다. 숫자도 배우지 않고 곱하기가 무엇이고 더 나아가 미적분은 언제 써먹는 것인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나 다름 없는 공부법이었다.

당연히 모든 내용이 이해가 될 리 없었고 이 기술을 어떻게 구현되느냐의 관점보다 이 기술이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의 관점에서 공부를 하는 것만이 내가 그 내용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또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자신을 공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그렇게 ‘ctrl+alt+del 밖에 모르는 문과생이 전하는 기술이야기' 라는 주제로 회사에서 공부한 내용들을 페이스북에 정리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활발한 공유 문화가 특징인 AI 업계에서 나도 처음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던 시점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진성 ENFP인 나로서는 내 것을 나눠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나 또한 그들에게 도움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AI 기술의 방대한 스펙트럼과 깊이를 몰랐기 때문에 무모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나의 정보 공유는 회사의 사업과 AI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는 귀한 발판이 되어주었고, 결국 회사에서 나의 R&R을 확장 하는데까지 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나의 업무는 AI 개발 프로그램 마케팅과 AI, 딥러닝 교육 비즈니스로 확장되었다.

현재 이 회사를 떠나 AI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이자 마케터로서 기업이 손쉽게 AI 기술을 도입하여 그들 고유의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데 힘쓰고 있다. 이전 회사 또한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고 개인에게 충분한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AI 기술 보편화 속도
AI 개발 프로그램 마케팅과 교육 비즈니스를 담당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AI 기술 적용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자체적인 AI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 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기업, AI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머신러닝 오퍼레이션(MLOps) 중 특정 영역에 집중해서 여러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등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었다.

이것은 비단 기업 뿐만이 아니다. 개인의 수준에서도 AI 산업으로 진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세계적인 AI 교육 수요 급증으로 느낄 수 있었다. AI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요가 눈에 띄게 급증하는 현상들을 보면서 AI 기술 보편화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둘째,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AI 기술의 혜택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
개발 프로그램 마케팅과 AI, 딥러닝 교육을 담당하면서 AI 기술은 결국 우리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해주는 기술이라는 것을 느꼈다. MRI, CT 결과 분석 시간을 줄여주어 더 많은 환자들이 빠르게 결과를 받을 수 있게 한다던가, 사람이 가기 어려운 깊은 산골의 실종자를 찾아 빠르게 구출해 주는 일 등 사람이 아주 오랜 시간 들여야 가능했던 일들을 단시간 내에 해결해주어 우리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따듯한 기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AI 기술의 혜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었다.

AI 생태계에서는 공유가 정말 중요하다. 나누어야 그 기술이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발전할 수 있으며, 여전히 답을 찾아가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들을 공유하며 함께 더 옳고, 더 좋은 솔루션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AI 분야는 커뮤니티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고 본인이 가진 좋은 코드, 경험, 기술 정보를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나누며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지식 나눔에 익숙한 분일수록 AI 업계의 선구자로서 AI 기술의 비즈니스 도입 과정을 심도 있게 겪어본 분들이었고 그분들 또한 AI 기술로 인해 생기는 혜택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게 AI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좋은 분들과 아주 좋은 기회로 지금의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되었다.

지금은 기업의 AI 기술 도입을 돕는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새로운 AI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AI 기술은 광활한 우주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작은 항성과 행성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지금은 함께 탐험하는 동료들이 있고 우리가 발견하는 그 작은 점들이 모여 결국은 하나의 방향으로 가는 선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헤매는 것이 두렵지 않은 AI 스타트업의 행복한 비개발자이다.



손해인 씨는 실리콘밸리 기반 IT 기업 ‘NVIDIA’에서 AI, 딥러닝 교육과 개발 프로그램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AI Pack 솔루션’으로 기업이 손쉽게 AI 기술을 도입해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타트업 ‘Upstage’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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